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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은이래

S전자 옛날 기억 하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5847.html


최지성 부회장의 저 최후 진술은 진실일 지도 모른다. 최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관계는 일종의 멘토-멘티 내지는 스승-제자의 관계다. 그의 경영 능력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가 비리 사범으로만 단죄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떻든 그는 언제나 오너 일가에게는 절대적 충성을 해 온 사람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가지 에피소드. 그가 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전무 시절에 나는 디스플레이 사업부 경영혁신그룹의 대리였다. 당시 나는 우리사주를 백여 주 가지고 있었는데,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하면서 주주총회가 대결양상이 되는 시점이었다. 회사에서는 위임장을 나눠주면서 사원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의 의결권을 사측에 위임하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에 위임할 생각이었기에.  


하여간 그 때 사측에 위임을 하지 않은 사람이 사업부에 딱 두 명이 있었고 그 두 명이 하필 경영혁신그룹에 있었다. 당시 혁신그룹장은 부장이었는데, 그는 나를 직접 부르지 않고 당시 과장이었던 나의 상사에게 강하게 주의를 주었고, 나의 상사는 다시 내게 와서 "최 전무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노발대발했다, 너 이런 별 일 아닌 일에 왜 고집을 부리느냐"라고 뜻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 내가 뜻을 바꾸지 않으면 내 상사와 내 상사의 상사가 다칠 것이라는 협박도. 21세기에 연좌제라니 어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이것이 삼성이 불순분자?를 다루는 전형적인 수법-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 결과적으로 나는 뜻을 바꾸지 않았지만(=사측에 위임은 하지 않았지만) 참여연대에 위임하지도 않는 것으로 정리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 상사는 훗날 임원 됐고 내 상사의 상사는 부사장까지 되셨지. 


 그 껄끄럽고 불쾌했던 내 상사와의 미팅에서 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내 주식을 내 뜻으로 위임하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고. 그게 사업부장이란 사람이 노발대발할 일이냐라고. 초일류를 말하는 회사가 참 후지다라고. 그전부터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회사에 더욱 정 떨어지는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10여년을 더 다녔으니 나도 참. 


어떻든, 그전부터 나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삼성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 왔고, 심지어 삼성전자의 경우는 부품사업과 세트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이번 일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바람직하게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15년 가까이 살았던 곳이라, 미워도 관심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