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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얘기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

2주 전, 피곤할 때마다 간혹 붓곤 하던 귀 아래 목 부근이 또다시 부었었다. 처음엔 벌레 물린 줄 알고 피부과를 갔었는데, 약을 써도 나아지지 않아서 다시 다른 피부과를 갔더니 이비인후과를 가는 게 좋겠다고. 그래서 옆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이건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다음날 원래 다니던 병원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비인후과를 추가 예약하려 하였으나 하필 그 날은 목을 보는 교수님의 휴진일.


주말을 보낸 월요일에 예약해서 가 보니 문제는 심각해져 있었다. 진단은 이하선염(a.k.a. 볼거리). 대개는 어릴 때 앓고 끝나지만 나처럼 성인이 발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교수는 CT를 찍고 나서 수술을 하자고 했다. 문젠 CT를 바로 찍을 수 없었다는 거. 먹던 약의 성분 문제 때문에 이틀 후에나 CT를 찍고, 그 날 수술을 했다. 오른쪽 귀 아래를 4cm 가량 째고 고름을 빼고 염증을 치료하는 수술. 생각해 보면 어릴 적 고래잡이 수술 외에는 몸에 칼을 대 본 적이 없으니, 철 들고 나서는 처음 하는 수술인 셈이다. 사랑니 뺄 때 이후로 몇 년만에 마취주사를 맞고. 마취주사가 이렇게 아픈 거구나라고 다시 한 번 느끼고. 30여분의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챙겨 먹어서 그랬는지 마취 깬 후의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교수도 별다른 추가 설명은 없었다. 하루이틀정도 입원을 해도 좋다 하였으나 꼭 할 필요는 없다기에 그냥 통원하기로 했다.


하려던 얘기의 서론이 너무 길었다. 좌우간 그 수술 이후 매일 통원치료를 했는데, 매일 마취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 아픔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았는데... 이틀째 사흘째가 되면서, 치료 키트를 테이블 위에 펼치는 레지던트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이 겁에 질리는 거다. 좀 있으면 맞아야 하는 마취 주사에 대한 공포인 거다.


그러면서 생각한 게 고문이다. 감히 마취주사 통증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마취주사의 통증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고문도 마찬가지였겠지. 한 사이클 지나서 다시 찾아오는 고문자를 보며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아무리 당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 사이클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이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그래서, 난생처음 수술이란 걸 하면서 고문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empathy를 느끼게 되었다는, 뭐 그런 교훈빨 넘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