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생각은이래

개념없는 종편행 연예인?

공지영의 종편행 연예인 비난은 사실 가볍게 할 수 있는 종류의 말이다. 물론 개념없다는 단어 선택은 좀 경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스스로가 중앙이나 동아일보에 컬럼을 쓴 경력도 있으니, 어느 정도 이율배반적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논쟁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사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선긋기'다. 말이나 행동이 용인할 수 있는 어느 선을 넘었느냐 아니냐는 것.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러한 선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조금씩, 때로는 꽤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축구에서의 오프사이드 문제 같은 것인데 그래도 축구에서 오프사이드는 기준 자체는 명확하다. 다만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특성상 오심이 나올 수 있을 뿐.

조중동을 하나의 적으로 설정할지, 아니면 조선일보만을 따로 타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안티조선은 후자였던 셈이다. 이 경우 나는 조선일보가 중앙, 동아보다 잘못된 정도가 훨씬 크다라기보다는,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다. 타게팅이 명확해야 효과가 큰 법이니까. 그러면 종편의 경우도 그럴까? 이 경우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 종편과 지상파 사이? 종편 내에서 TV조선과 JTBC 사이? 아니면 MBN만은 예외인가? 아니면 민영 SBS 까지가 문제인가?

물론 종편 출범 배경에 꽤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기존 지상파에 비해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일, 단순히 불매(불시청)운동을 하고 출연진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패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건 지나치게 나이브한 생각이다. 삼성불매가 그다지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범의 배경이 어쨌든 간에 그들이 재미있거나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조중동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안티조선에 기꺼이 동참했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면 된다. 어떤 프로그램이 문제가 된다면 사안별로 비판하면 된다.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동참하고, 나쁜 방송이 재심사 탈락하도록 의견을 모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별 생각없이 종편에 참여하는 인지도 높은 연예인들에게 실망감을 표현할 수도 있을 거라 본다. 다만 그들이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는 쉽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 처음에 쓴 대로, 같은 잣대로 공지영도 개념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까. 배경과 역사로 따지자면야, 이제 갓 시작한 종편보다야 조중동이 훨씬 더 문제이니까. 종편도 어떻든 방송법의 통제를 받는 입장이고, 종이매체와 방송은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방송이 꼭 신문지면처럼 되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더 천박해질 수도 있겠지만.) 종편을 지지하지 않지만, 종편 방송의 어떤 프로그램은 시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공지영의 저 발언을 비판하는 진중권은 스스로를 먼저 좀 돌아봐야 하지 않나. 지는 논쟁거리 있을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무뇌아 취급했느냐 말야.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52019 를 다시 보니 진중권이 공지영을 깐 건 아니고 옹호하는 쪽이네. 공지영 진중권 트위터 설전이라길래 둘이 싸운 건 줄 알았잖아. 하여간 이 언론들 제목뽑는 것하고는. 하지만 어쨌든 진중권의 과거 똥볼들에 비하면야 이번 공지영 멘트는 애교에 가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