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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얘기

아웃룩과 구글 캘린더 연동 - 실체(인스턴스)와 사본(카피)

회사를 옮기고 나서, 모든 회사 일정과 미팅 등을 아웃룩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선 자체 개발한 그룹웨어를 썼기 때문에, 아웃룩에 처음 적응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 그래도 쓰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아이폰에서도 Exchange 계정을 연결해 두니 회사일정과 개인일정을 같이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그러다가, 회사 컴퓨터의 아웃룩에서도 아이폰에서 등록한 개인 일정 - 구글캘린더와 연계된 - 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일정 보려면 계속 전화기를 열어야 되니 것도 불편하거든.

그래서 구글링. 캘린더 동기화 방법이 나온다.

Microsoft Outlook과 동기화 
구글 캘린더를 활용한 아웃룩 일정 동기화  

근데 가만 읽어보니 이건 일정을 카피하는 개념이다. 즉, 구글캘린더 일정을 아웃룩으로 카피하든지, 아웃룩 일정을 구글캘린더로 카피하든지, 아니면 서로 양쪽으로 카피하든지의 개념. 아 이건 불편하다. 왜냐면, 이렇게 되면 아이폰에서 등록한 개인 일정이 아웃룩으로 카피되고, 그것이 다시 exchange 일정으로 인식되어 내 아이폰에 나타나게 되니, 결과적으로 내 아이폰에서는 일정이 이중으로 겹쳐 보이게 되니까.

물론 exchange에서는 아웃룩에서 등록한 일정과 구글캘린더에서 가져온 일정이 구분되니까 후자를 안 보이게 하면 되긴 하는데, 여전히 문제가 있는 건, 이렇게 하면 구글캘린더에서 가져온 일정을 아웃룩에서 업데이트할 경우 아웃룩이 가지고 있는 구글캘린더 사본에만 업데이트가 되고 원래 구글캘린더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결국 개인 일정은 항상 구글캘린더에 들어가서 업데이트해야만 한다는 건데, 이러면 아웃룩에서는 구글캘린더 일정은 보기만 해야 한다. 회사PC에서는 개인 일정을 업데이트해 봐야 회사PC에서만 보인다는 거니까. 

그래서 구글링을 좀더 해 보니, 이런 게 있다.

Outlook과 Google Calendar 간에 일정 전송

옳거니, 해봤다. 구글캘린더의 iCAL 주소를 아웃룩에 등록해 주는 방법이다. 읽기는 잘 됐다. 그런데... 업데이트를 하려 하니 read only 라서 쓸 수가 없다고 한다. 해당 페이지 번역이 영 엉망이라, 처음엔 읽기 쓰기가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다시 읽어 보니, 구글캘린더쪽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은 자동 반영해서 읽을 수 있게는 해 주지만, 아웃룩에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얘긴 아닌 거다...

뭐, 일단 보기만 하는 거라도 이전보다는 좀 나으니까, 이렇게 써야지.

그치만 말야, 캘린더 연동이라고 하면 이게 인스턴스를 카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인스턴스를 view or modify 하는 것인지가 (적어도 내게는) 중요한데, 왜 후자는 지원이 안되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이폰에서는 구글 서버에 있는 내 일정과 exchange 서버에 있는 회사 일정을 같이 보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데, 왜 PC에서는 못하냔 말이지. 왜 구글캘린더의 iCAL 주소는 읽기만 허용하느냔 말이지!

그러다가 드는 뜬금없는 생각. 사람들은 대부분 '실체'가 어디 있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원하는 게 되면 만족할 뿐,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별 관심이 없다. 원하는 게 대략 얻어지면 세부적인 건 그냥 무시한다. 내가 이런 걸 따지고 드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더러 까칠하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설명할라치면 지금 이 글처럼 쓸데없이 길어지거든. 귀찮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내가 바뀔 것도 아니고. 뭐 어떡해, 까칠한 사람 되는 수밖에. 아님 혹시 모르지. 방법이 있는데 내가 못 찾고 있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