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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얘기

우영우 9화

우영우 9화에서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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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법정에서의 돌발 행동 (방구뽕을 사상범으로서 변호하겠다는) 때문에 재판을 망치게 되자, 권민우는 정명석 파트너에게 우영우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하고 이 때 정명석이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하죠.

 

"이견이 있으면 서로 논의해서 해결해야지, 잘잘못을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전 그렇게 일 안 합니다." 


물론 멋진 대사죠. 그런데... 이 말 이후 정명석이 퇴장하고, 혼자 남은 권민우의 표정을 잘 보시면 이건 한 방 먹었다거나 반성하는 표정이 아니에요.  "아 XX같은 파트너 만나서 X됐네" 정도의 표정이지요.


그 전 회차에서도 그렇고, 권민우는 한마디로 일베(의 사고회로)를 상징하는 인물이에요. 이준석 같은 이가 부르짖는 능력주의와 정확히 일치하죠. 작가도 그걸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고. [지옥]에서의 화살촉처럼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보는 마음이 안 좋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매우 연성화되어 있을 뿐.


변호사들이 우영우를 리뷰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많은데, 물론 대개 권민우에게 좀 비판적이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고들 하는 부분에서 뭐랄까, 이제는 일베를 일베충(벌레-인간 이하의 존재들)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를 수 있는 하나의 의견 제시로 보고 대응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구나라는 허탈함을 느껴요. 현실이 그렇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위의 저 정명석의 대사를 사이다라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결국 일부 아니겠나 싶고요. 꽤나 많은 일베(의 사고회로를 가졌거나 거기에 동조하는, 윤 찍은 절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니 저 변호사 너무 나이브하다, 재판을 망친 주니어를 당연히 호되게 야단치고 벌을 줘야지, 이 드라마 너무 비현실적이네" 라고 느끼겠죠.


6회차였나, 우영우 아버지가 우영우에게 "세상 모든 것은 정치적이더라" 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저는 이건 아마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봐요. (그렇게 보면 너무 노골적인 대사라 드라마 완성도를 해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에서라도 [올바름]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 주니 다행인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