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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얘기

집 짓고 살고 싶다

휴일에 처남 부부네 놀러갔다. 이들은 교사 부부인데 부천 단독주택 단지에 집을 지어서 산다. 한 층에 25평쯤 되는 2층집. 1년쯤 전에 완공을 했는데, 처음에 놀러갔을 때도 넓고 좋다는 생각 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이제 살림살이들이 다 정리가 되어서 그런지, 지난번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정원도 깔끔하게 단장되었고.

무엇보다 좋은 건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점. 그리고 목조주택이라 여름에도 문 열어 두면 시원하다. 겨울 난방비를 물어보았는데 벽난로를 많이 써서 가스비는 10만원 정도로 막았다고. 1, 2층 합쳐서 50평 집에 이 정도면 매우 저렴한 거다. 하기사 이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으니 조금 춥게 살아도 큰 문제는 안됐겠지만, 그래도 최근 유행하는 땅콩집도 겨울 가스비 15만원선인데 저렴하다 하는 건데. 우리 집 34평 아파트 관리비가 겨울에 40만원이 넘어가는데 대부분이 전기료와 난방비라는 걸 생각하면, 공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걸 생각하면 아주 저렴한 거다.

물론 집 짓는 게 쉽진 않겠지. 일단 부지런해야 하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류해서 필요한 내용들 깨알같이 챙겨야 할 터이다. 제일 중요한 집터. 땅 사고, 믿을 만한 설계사를 알아보고, 시공 과정에서도 계속 감독하고 점검하면서 필요한 일들 해야 하고, 다 짓고 나서 살 때도 아파트보다는 신경쓸 일이 많을 거다. 본질적으로 게으르고 정리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 마누라의 반대 이유도 나의 게으름이 제일 크다. 어쩌면 설득이 안 될 지도 모른다. --;

땅콩집처럼 나름 브랜드화되어 공동구매하는 형태면 괜찮겠다 싶기도 한데, 이러면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없는 문제가. 땅콩집은 겉모습 설계가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반지하가 없던데. 난 반지하에 방음벽 깔아서 합주실을 만들고 싶...  다고 생각했었으나, 땅콩집을 자세히 소개한 두 남자의 집 짓기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연주 얼마나 한다고 합주실이야. 그냥 땅콩집처럼 다락방을 만드는 게 좋을 듯싶다.

이런 면에서 처남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벽면 책꽂이 같은 걸 목공소에서 합판만 잘라다가 직접 구멍뚫어서 조립을 했다. 벽난로 땔감도 앞산에서 솜씨좋게 주워온다든가 하고, 이미 겨울을 한 번 나서 어떤 땔감을 써야 오래 잘 타는지 같은 것도 알고 있다. 물론 난 손이 많이 가는 벽난로는 안 할 생각이구, 정원이나 다른 부분도 최대한 손이 덜 가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처남이 해 준 몇 가지 조언을 여기 적어 둔다.

1. 건축을 친구에게 부탁하지 말 것. 친한 친구에게 부탁했다가 사이가 완전 틀어지는 걸 많이 보았다 한다. 음... 건축학과 교수 녀석한테 의뢰를 해 볼 생각이었는데... 이 친구하고도 다시한번 상담을 해 봐야 할 듯.
2. 물성이 여러 가지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니 가급적 단일 물성(목재)으로 할 것.
3. 중간에 설계변경을 많이 하면 가격이 뛰므로 가급적 처음에 세세한 부분까지 결정을 할 것.

...문제는 아이 학교, 그리고 지금으로선 판교가 최상의 선택인데, 마누라 직장이 너무 멀어진다. 나도 그렇고... 서울 안에 괜찮은 땅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 그냥 생각만 하다가 포기하게 될런지...